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9. 26. 11:17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나무들도 옷장 정리를 마쳤는지

여름의 갑옷을 버리고 수수한 옷으로 바꾸다.

 

아주 겸손하고 수수해 보이는 변화다.

나무들도 계절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변하다.

 

종종 혼자가 되는 새는 나무의 변신에 놀라다.

숨을까, 어우러질까 망설이는 중인가보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 뿐인데

우리는 종종 하나가 되려고 고집을 부려본다.

 

나무가 변신을 해도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모르는 척 해 주는 것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도 사랑이다.

 

 

2024년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우울한 마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안개처럼 스며든다고 한다.

 

아주 긍정적인 것처럼 명랑 쾌활하게

사는 사람의 우울증은 푸른빛의 겨울 안개처럼

더 날카롭고 끈끈하게 달라붙어 사람을 좌초시킨다.

 

암에 걸려 죽는다고 했을 때에도

남편의 부도로 집안의 모든 물건에 붉은 딱지가 붙었어도

딸과 오랫동안 대화 단절로 묵언의 모녀로 지내도

갑작스럽게 학교를 명퇴하여 허망하게 교사생활을 마쳐도,

후배는 아주 씩씩하게 항상 웃으며 남들을 보살피며 살았다.

 

그리고 엄마의 치매 증상으로 학교를 그만 둔 후에는

엄마와 밀착하여 살기를 언 7년째 접어든다.

그 동안은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아주 열심히 엄마를 보살피며 살아내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는 엄마가 배뇨작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시기에

아기처럼 기저귀를 사용하여도 알 수 없이 실수를 하시기에

이불 빨래며, 옷 세탁이며 일이 서 너 배로 늘었단다.

 

엄마의 치매는 어느 정도에서 멈췄기에 대화도 가능하지만

엄마의 육신 기능이 거의 갓난아기 수준으로 변했다고 한다.

 

며칠 동안 후배가 꿈에 보이기에 전화를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여러 날 통화를 시도 했으나 연락이 안 되고 짧은 문자만 왔다.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라는 차가운 글만 왔다.

 

나도 문자를 남겼다. <내가 지금 너에게 갈게!>

<저~~ 지금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혼자 있고 싶어요,>

그래도 내가 달려간다고 했다니 침묵을 깨고 전화가 왔다.

 

우울증에 공황장애가 심하게 후배를 갉아 먹고 있단다.

그래서 얼마 전 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엄마 때문이 아니라 그 동안 억누르고 살아 온 것에 대한

벌이라고 했다.

 

후배는 아주 담담하게 말을 하는데 나는 눈물이 났다.

 

정신 줄이 강한 사람들도 우울감은 오랜 시간

아주 천천히 스며들기에 우울증에서 빠져 나가기는

너무 어렵다고 한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살기도 어렵고, 삼키고 살기도 어렵다.

 

당신은 요즘 어떠하신가요?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산책하기 좋은 날입니다.

가을 햇볕을 바라보며 걸어요, 우울증이 달라붙지 못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손자와 아빠는 둘이 수산시장에 가서

새우를 사 왔다고 한다.

 

투명하고 반짝이던 은색의 새우가

뜨거운 불기운을 만나면 붉은 색으로 변한다.

손자는 아주 신기한 새우의 변신을 지켜보다.

 

아들에게 새우의 변신을 보여주기 위해

캠핑용 용기에서 새우를 조리했나보다.

숨죽인 채 새우를 쳐다보는 4살의 손자가 귀엽다.

 

세상은 신기한 것투성이다.

4살이 바라보는 호기심 넘치는 세상.

그 마음이 살아가는데 밑바탕이 되길 염원한다.

 

할머니가 71년을 살아보니 유년의 기억은 언제나

아련한 행복감의 온기가 되어 삶으로 안개처럼 스며든다.

 

새우가 투명하다가 붉어지는 놀라움.

할머니는 어른이 되어서야 발견하고 놀랬다. ㅋㅋ

손자에게 많은 경험을 기억으로 주기 위해

애쓰는 사위와 딸에게 고맙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언제가 되어야 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