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9월의 셋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9. 19. 08:55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그림

 

어릴 적 살던 동네로 드는 길의 한가운데

아주 큰 정자나무가 있었다.

 

무슨 나무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길모퉁이를 돌면 한옥 집들의 지붕위로 보이던 나무는

키가 너무나 컸기에 동네의 어디서나 보였다.

 

왈가닥이었던 나는 그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이

두고두고 소원으로 남았다.

 

어릴 때에는 힘이 모자라 나무에 오르지 못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부끄러워서 오르지 못하고

이제는 그림으로 남겨 마음으로 나무에 오르고 내리고

하다보면 진짜 나무에 오른 것처럼 온 몸이 뻐근하다.

 

명절 즈음엔 어릴 적 살던 동네를 한 번씩 돌아본다.

남동생이 있을 때엔 늘 함께 돌아보곤 했다.

아직도 한옥집들이 옹기종기한 동네이기에 좋다.

세월이 오래 지났어도 많이 변하지 않는 동네라 신기하다.

 

 

2024년 9월의 셋째 목요일에~~

 

추석 연휴 내내 하루에 세끼씩 식사 챙기기 힘들었다.

뭐! 식구라고는 달랑 둘 뿐인데.

둘이 먹든 여럿이 먹든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은 같다.

 

여러 날 쉬기에 남편은 끼니때가 되면

내 눈치를 살피곤 했다,

그리고는 하는 말 <에그 벌써 점심이야. 저녁이야>한다.

명절음식이라고 동네 반찬가게에서 사온 전 몇 개며

송편이 전부이니 냉장고 속사정을 보고 요리를 했다.

 

시모님이 계실 때에는 여러 날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바라바리 담아주셨다.

그때는 그것이 귀찮아서 집으로 가져오기 싫었다.

 

시모님이 가시고 이제 내가 제일 어른인데

딸네식구가 와도 뭘 싸서 보낼 음식들이 없다.

 

날이 갈수록 일하기 싫은 꾀만 늘어나고

살아내는 일이 대충 대충이다.

 

휴일이 길어지면 남편은 중국무협영화에 빠지고

나는 책 속에 빠져서 각자도생한다.

 

 

오늘은 갑진년 9월의 셋째 주입니다.

 

한가위는 행복하고 즐겁게 잘 보내셨나요?

 

귀뚜라미가 풀숲에서 애절하게 울어도

아직은 더위가 극성입니다.

늘 건강에 진심이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땅의 색을 닮은 나뭇잎들이 바람 한 번에

우수수 땅으로 하강한다.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슬프다.

봄에 화려했던 벚꽃들의 나뭇잎이 제일 먼저

자연 속으로 숨어드는 듯하다

 

9 월의 어느 날.

하늘은 너무 맑고 구름의 자태는 너무나 곱다.

바람은 예의 없이 내 몸을 툭툭 치며 지나간다.

그러나 낮볕이 뜨거워서 조금 걸으니 땀이 흐른다.

 

여름의 더위는 우리와 헤어질 결심을 못하고 있다.

우리와 헤어지기 싫어서 질기게 버티나보다.

 

나무들은 여름에게 이별의 인사를 열심히 하는데 !!!

인사를 받아주렴. 여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