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폭우속에 찾아간 피정의 집

유쌤9792 2008. 10. 5. 21:58

 



★ 그림설명 ; 종이에 펜과 수채화 복합재료.



★ 폭우속에 찾아간 피정의 집.( 포천의 깊은 숲)


폭우가 쏟아지는 인적 드문 포천의 깊은 산 풍경.
후두득
비포장도로 진흙 토랑에 빠져 자동차 바퀴가 헛 돌 때마다

친구의 입에서는 "오 하느님 아버지 우리가 이길을
잘 넘어가게 해 주십시요"했다.
친구의 기도 덕분인지 그 기도가 끝나기 무섭게
헛 돌던 자동차 바퀴가 또랑을 거뜬하게 빠져 나왔다. 

폭우 속에 산행이 무모한 짓이란것을 아는 우리들이지만,
'사는 일 그 자체가 무모한 일이 아니냐면서?'

----무식하면 용감하고 무모하다.----


우리의 산행을 의심하지 않고 우정과 각기 자기들이 믿는 종교의 힘에!
7월27일 다 큰 녀석들과 매년 갖는엠티 장소를 미리 보기 위함에서다.

가파르기도 완만하기도 한 거치른 숲길을 안간힘 쓰고

오르는 자동차가 고마웠다.

포천에서도 꼬불 꼬불 알 수 없는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피정의 집.

가는 도중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 사이로 새들이 나르고,
이름모를 들꽃들이 바람과 폭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창을 두드리고,

우리를 반기는 노 수녀님 세분과 반가워 차에까지

달려들던 검둥이(개).

수녀님들과 개들이 반기는

피정의 집에 도착하고서야 비로서 안심이 되었다.
(산에 그대로 갇히어 들짐승들의 눈요기(?)가

될 까봐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내 제자들이 이곳에서 엠티를 갖는다면 아마도 기절 할거다.
아니. 군에 있던 녀석들이야 이런 숲을 알겠지만,
군에 안 가 본 여자 아이들은 이런 숲을 보고 무엇이라 할까...?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다가 이제서야

세상을 향해 문을 연 숲속의 피정 집.

노 수녀님 세분이 일구어 놓으신 채소 밭과 과실들.
"누구든 이곳에 오셔서 저 밭의 채소와 과일을 얼마든지 드시고 가십시요."

노 수녀님들의 소녀같은 마음에서 일렁이는 情과 함께.
넓은 밭에는 호밀이 비 바람에 출렁이었고,

이름모를 들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봄날은 간다 영화의 유지태"를 연상 시켜 주는 곳.
그 옆 계곡으로는 폭포 떨어지는 물소리에 목덜미가 서늘해 졌고,

검은 장화를 신었어도 수풀이 깊어 풀을 헤치고

걸어도 잡초가 무릎을 간지럽히는 곳.

발이 푹 빠지는 축 축한 밭 또랑 사이로는 개구리들이 튀어 오르는 곳.

세상과 등지고 앉져 기도와 일만 하고 사신다는
노 수녀님들의 얼굴은 평온과 온화한 미소는 멀리 시골 집에서
날 기다리는 친정 어머니의 모습을 상기시켜 주셨다.

내 친구는 제 아이들을 다 기르고 난 후.
이 피정의 집, 수녀님들과 노후를 함께 보내기로 약속을 했단다.

나 보고도 그림을 그리면서

이곳에서 같이 살자고 이야기 하는 친구.

난 웃으며 "니가 여기서 살면 내가 그림 그리러 글을 쓰러 가끔 올께"
친구는 섭섭 했을 라나...?

라마순 태풍 폭우를 헤치고 산길을 운전해서
날 안내 해준 친구인데....
나에게 사 계절의 변화를 화폭에 담게 해 주는 친구인데.....

마음에 묻어 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편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늘 '지란지교'에서 갖고 싶어하는 친구처럼

충고를 싫지않게 던져주는 친구인데....

내 병상을 지켜주며 온갖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내 손에 쥐어 준 친구인데....

그리고, 어느 한 해도 내 생일 선물을 거르지 않고 

준비 해 주는 친구인데....

그러나 내 친구도 내 마음을 알꺼야....!
늘 지 마음과 내마음은 투명한 창에 선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친구의 마음이 수녀님의 마음 같았기에 돌아 오는 길엔 비도 멈추었고,
하늘 저편으로부터 맑은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