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색연필과 수채화로 그린 그림.
▼ 마루 밑 엿 보기.
내가 살던 집.
"우리 집은 19칸"이라고 늘 말 하시던 엄마의 말대로
내 어릴적 살던 집은 아주 조그마한 한옥이였다
남향 집이라 볕이 잘 들어 여름엔 시원했고,
겨울엔 따뜻하여
아무리 추운 날에도 그 볕 아래에 앉으면
울집 나비도(검은 고양이) 나도
둘이 등을 기대고 앉아 졸기가 일 쑤였다.
그러다가 심심해 지면 으례 마루를 올라가
두 손으로 해를 가리면서 마루 바닥 밑을 들여다 보다..
마루바닥 밑은 아주 좁고 낮았으며,
너무 어둡고 캄캄해서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신경을 집중하고
두 손으로 햇빛을 요리조리 가리면서
들여다 보면 섬광처럼 번쩍이는 동전이나,
혹은 은 은 젓가락등을 발견 하곤했다.
그 중 동전을 발견하면 즉시 마당으로 내려가
마루 밑으로 내려갈 차비를......
마루로 올라가는 댓돌 옆으로 난 개구멍처럼 생긴 조그마한 구멍.
그 구멍과 마루 위로 난 뚜껑으로 된 마루판이
마루 밑으로 내려가는 유일한 입구였다.
마루 위의 뚜겅 입구는 무거운 뒤주가 누르고 있었기에
내 힘으로는 감히 열어 볼 엄두도 내지 못 했다.
그러나 댓돌 옆의 작은 구멍은 늘 열려 있는 상태라서
내가 쉽게 기어들어 갔다가 나올 수가 있었다.
마루 밑은 허리를 들 수 없이 낮고 좁았기에
늘 기어 다녀야만 했다..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었고,
마루 밑 구석의 군데군데는 거미줄이 쳐 있었다.
바닥의 흙은 축축한 편이 였으며,
먼지가 많아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마루 위에서 비춰져 들어오는 햇빛을 의지 삼아
동전을 찾으러 기어 다녔다.
동전의 위치가 확인이 안 된 날은
그 구멍으로 여러번 들락 날락을 해야만 했다.
19칸 집의 안방은 그렇게 넓지가 않았다.
우리 5식구가 모여서 밥을 먹는 날이면
으례 대청마루에서 식사를 했다.
우리가 마루에서 식사를 하는 날이면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
"얘들아 마루 밑으로 젓가락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하셨다.
실수로 젓가락도 떨어뜨리고,
아버지의 바지 주머니에서도 동전이 나왔고
엄마의 시장 지갑에서 동전도 흘러 떨어졌고,
혹 반가운 손님이 주고 간
용돈을 세어보다가 실수로 떨어뜨린 동전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 집 마루 바닥 밑에는 귀중한 물건들이 있었다.
내 유일한 취미 활동이였다고 말 해야 하나..!!
엄마기 집을 비우시는 날에는
검은 나비(나이 많은우리집 고양이)가 날 감시하 듯 지켰고,
내 몸집이 커져 더이상 마루 밑으로 내려가지 못 하게 되자.
동생들을 집요하게 꼬셔서 행동대원으로 쓰던 나.
우리들의 몸집이 모두 커져
누구도 그 마루 밑엘 들어 갈 수가 없었을 때.
우리는 그 집을 두고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27년만에 처음으로 이삿짐을 싸면서 흥분하면서도,
마루 밑에 고이 남겨둔 동전 생각에 늘 아쉬움이 남았기도....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
19칸짜리의 한옥은 연립주택으로 바뀌었고,
더 이상 동전을 빠뜨릴 아이도 없고,
더 이상 그 동전을 주으러 마루 밑으로 들어 갈 아이도 없다.
남아 있는 것은 그 아련했던 기억만이....
대청마루의 모습 :
윤이 반질반질하고 나무결 무늬가 곱게 그려진 나무마루.
마루판 사이 사이엔 젓가락 하나 들어 갈 정도의 틈이 있었다.
해가 잘 드는 날 오후엔
마루 밑 들여다 보기가 내 유일한 취미였다고 말 해야하나.
엉덩이를 하늘로 향하고 마루 밑의 어둠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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