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그림 사진 찍던 날.

유쌤9792 2008. 10. 7. 21:00

 

 

 

 



★그림설명 ; 미색 머메이드 종이에

아크릴 물감과 펜으로 그린그림.

질퍽한 진흙 속에 숨어있는 듯 몸 감춘 물고기.
찬 바람에 잔잎 다 빼앗긴 마른 풀과 하얀 무서리들.

양재천 변의 나뭇가지들은 어느새 겨울 볕에 바짝 말랐다.
누군가가 불기를 당겨 주면 활~~활 타 올라

흔적도 없이 사라질 마른가지들.
바람에 나뭇가지 비벼대는 소리가

귀신 씨 낱알 까 먹는 소리로 들린다나..

 

<그림 사진 찍던 날.>

싸한 바람을 안고 달리는 버스 안은 난방이 잘 되어도 춥다.
사람들에게 선 보일 사진 찍기위해 인사동으로 나가는 길.

이런 날 말 벗이 하나쯤 곁에 있어도 좋으련만,
그림 사진 찍고 칼 국수를 뜨끈하게 함께 먹어

줄 친구가 있다면 좋으련만,
나이를 먹어 가면서 더욱 더 나와 놀아 줄 친구가 없다.

-모두가 바쁘단다.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려지는 핸드폰은

벌써 여러 날 벙어리다.

힘에 부치는 그림을 메 듯이 들고

천상병시인의 쉼터였던 "귀천"엘.
무릎이 아프도록 낮은 탁자와
눈이 침침하도록

잘 안 보이는 사진들이 날 슬프게 했다.

"누구 또 올 사람이 있나요...?"
"아니요. 대추 차 한잔 주셔요"

귀천의 안 주인과 나 둘이서 친구 했다.
안 주인은 부드럽고 능숙한 솜씨로

대추 차를 내 앞에 날라다 주었다.

3500원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대추 차.
아이 머리만한 백자 컵에 가득 담긴 대추 차.
마셔도 마셔도 줄지 않는 대추차에 빠져 죽는 줄 알았다.

뜨거운 대추차 덕분에 땀을 뚝~~뚝 흘리면서도
잠바의 깃을 단단히 조이고 인사동 밤길로,

귀천의 안주인 마음을 대추 차에

고스란히 담아 마셨더니
독감으로 으시시했던 어깨가 후끈 해졌다.

그림을 들고 인사동의 밤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난,
집을 나서 인사동으로 나올 때의 섭한 마음을 다 잊은 듯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림을 끼고 잠이 든 난.
집 떠난지 오래 된 사람처럼 염치 불구하고 꿈을 꾸었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던 느낌으로....
등이 넙적한 아버지의 등에 업혀

아버지 콧 노래 자장가를 듣던 기분으로...

강남역이라는 기계음의 안내양 음성에 놀라 잠에서 깼다.
그림을 내 발등 위에 걸쳐 둔채...긴 잠을.

무거운 그림 덕분에 발에 쥐가 나서 온 몸이 저렸다.
남들 모르게 슬~쩍 코 끝에 침을 세번 발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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