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색 왓트만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여름 바람. 동전 양면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듯한 바람. 아침에 닫혀진 창을 열었을 때 제일먼저 내 호흡을 자극시키는 바람은 여름 낮의 열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싸~~~한 냉정함을 지니고 있다. 바람의 모습을 따라 남산 야외학습장을 찾았다. 아이들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땡볕에 앉아 그림을 그렸고, 나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둑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 아이들의 그림은 더위와는 상관없이 살아서 너풀거렸고, 내 그림은 응달에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더위에 지친 듯 풀이 죽었다. ◆ 비 오는 날에 부침개를... 비가 오는 날엔 엄마의 부침개가 생각난다. 이렇게 여름의 성가신 장마 손님이 오는 날이면 장마 비를 겸허하게 받아 들인 뜻인지~~~ 뭔지 모를 마음으로 엄마는 햐얀 밀가루에 애 호박을 채 쳐 넣고는 주걱으로 힘껏 돌리셨다. 비를 바라보며 우산을 뱅~~뱅 돌리며 학교 갔다 돌아 오는 길. 배꼽 아래의 옷이며, 발이 흠뻑 젖어도 질퍽거리는 느낌을 잊은 채 집으로 달려 오는 마음은 몸 보다 먼저 엄마의 화덕 앞에 앉는다. 멀리 경동고등학교 언덕 길 밑 쯔음에서부터 우리 집의 부침개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기에..ㅎㅎㅎㅎㅎ 반쯤 열린 나무 대문이 비 오는 날이면 물을 먹어 어찌나 무겁던지 <~~~~~ 삐이~~~꺽> 문을 밀어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건너 방 툇마루에 걸터 앉아 부침개를 부치는 엄마 곁에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대나무 소쿠리가 있었고, 동그란 원통의 모양을 한 연탄 화덕 밑에 있는 작은 구멍은 엄마의 발에 의해 구멍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아마도 불 세기을 조종 하시는 듯..^^*) 누런 소쿠리로 턱~~~턱 올려지는 초록의 부침개는 또 다른 동그라미가 되어 누런 대나무 소쿠리에 올려졌다. 가방을 내려 놓기도 전에, 손을 씻기도 전에 잽싼 동작으로 부침개를 잡았다. 부침개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이 손 저 손으로 옮겨 잡다가 마당에 떨어 뜨리기도... 그래도 막 후라이펜을 떠난 부침개의 그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부침개를 먹고 나면 입 천장이 홀라~~~~당 벗겨졌다.ㅎㅎㅎㅎㅎ 비 오는 날과 엄마의 호박 부침개. 비를 피 할 공간이 없는 한옥의 마당에서 비를 바라보며, 때로는 심술 부리는 바람 때문에 비를 맞으며 부침개를 부치시던 엄마. 지금은 화덕이 아닌 최신형 가스렌지가 있어 부침개 붙이기에 더 편해 졌는데도~~~~~~~~~~ 비가 아무리 와도 부침개를 부칠 생각을 하지 못 한다. 내 어릴적 비 오는 마당에서 먹던 부침개 생각이 간절 해 내가 내 어머니의 모습으로 부침개를 지져도 그 때의 그 맛이 아니다. 그리고~~~~~~~~~~~~~~~~~~ 서툰 부침개 부치는 솜씨로 싱크대와 렌지 주변을 기름투성으로 만든다고 울 집 유모~~~에게 핀잔만 듣고 만다.ㅎㅎㅎㅎㅎㅎ 내 텃밭에서 자란 애 호박을 바라보면서 엄마를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과 엄마. 그리고 애 호박과 부침개를.... 엄마가 아직 나와 함께 호흡을 하셨다면 저 애 호박을 따자마자 쌩~~~~하니 차를 타고 엄마에게 달려 갔으리라.... 그리곤~~~~ <엄마 내가 호박 부침개 부쳐 드릴께요. 어서 초 간장 만들어 줘~~~^^*> 그리곤~~~~~ 엄마에게 내 어릴 적 이야기를 실껏 들었을텐데....... 비가 뿌리는 휴일 아침. 호박 부침개 기름냄새를 풍겨 식구들을 깨워야겠다. ㅎㅎㅎㅎ 그리곤~~~~~~ 울 엄마 이야기를 해 야지~~~~^^* 생명 그 ~~~위대함. 내 텃밭에서 자란 애 호박. 비가 오는 아침에도 텃밭에 섰다. 어제 보이지 않던 호박 꽃이 활짝 폈다. 그리고 연초록으로 기름이 좌르르~~~흐르는 애 호박이 흔들거렸다. 가위로 말끔하게 잘라내어야 하거늘 내 마음을 손으로 전 한다는 핑게 아닌 핑게를 대면서 손으로 비틀어 땄다.(미안 하다는 생각이..^^*) 그리곤 비에 흠뻑 젖은 내 차 위에 올려 놓았다. 애 호박 4개가 저마다 뭐라고 궁시렁 거리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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