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비 오는 날에 부침개를

유쌤9792 2009. 1. 10. 23:07




★ 하늘색 왓트만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여름 바람.
동전 양면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듯한 바람.

아침에 닫혀진 창을 열었을 때 제일먼저
내 호흡을 자극시키는 바람은 여름 낮의 열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싸~~~한 냉정함을 지니고 있다.

바람의 모습을 따라 남산 야외학습장을 찾았다.

아이들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땡볕에 앉아 그림을 그렸고,
나는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둑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

아이들의 그림은 더위와는 상관없이 살아서 너풀거렸고,
내 그림은 응달에서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더위에 지친 듯 풀이 죽었다.



◆ 비 오는 날에 부침개를...

비가 오는 날엔 엄마의 부침개가 생각난다.

이렇게 여름의 성가신 장마 손님이 오는 날이면
장마 비를 겸허하게 받아 들인 뜻인지~~~ 뭔지 모를 마음으로
엄마는 햐얀 밀가루에 애 호박을 채 쳐 넣고는 주걱으로 힘껏 돌리셨다.

비를 바라보며 우산을 뱅~~뱅 돌리며 학교 갔다 돌아 오는 길.


배꼽 아래의 옷이며, 발이 흠뻑 젖어도 질퍽거리는 느낌을 잊은 채
집으로 달려 오는 마음은 몸 보다 먼저 엄마의 화덕 앞에 앉는다.

멀리 경동고등학교 언덕 길 밑 쯔음에서부터
우리 집의 부침개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했기에..ㅎㅎㅎㅎㅎ

반쯤 열린 나무 대문이 비 오는 날이면 물을 먹어 어찌나 무겁던지
<~~~~~ 삐이~~~꺽> 문을 밀어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렸다.

건너 방 툇마루에 걸터 앉아 부침개를 부치는 엄마 곁에는
보름달처럼 동그란 대나무 소쿠리가 있었고,

동그란 원통의 모양을 한 연탄 화덕 밑에 있는 작은 구멍은
엄마의 발에 의해 구멍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아마도 불 세기을 조종 하시는 듯..^^*)



누런 소쿠리로 턱~~~턱 올려지는 초록의 부침개는
또 다른 동그라미가 되어 누런 대나무 소쿠리에 올려졌다.

가방을 내려 놓기도 전에, 손을 씻기도 전에 잽싼 동작으로 부침개를 잡았다.

부침개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이 손 저 손으로 옮겨 잡다가 마당에 떨어 뜨리기도...

그래도 막 후라이펜을 떠난 부침개의 그 맛이 어찌나 좋았던지
부침개를 먹고 나면 입 천장이 홀라~~~~당 벗겨졌다.ㅎㅎㅎㅎㅎ


비 오는 날과 엄마의 호박 부침개.

비를 피 할 공간이 없는 한옥의 마당에서 비를 바라보며,
때로는 심술 부리는 바람 때문에 비를 맞으며 부침개를 부치시던 엄마.

지금은 화덕이 아닌 최신형 가스렌지가 있어
부침개 붙이기에 더 편해 졌는데도~~~~~~~~~~
비가 아무리 와도 부침개를 부칠 생각을 하지 못 한다.

내 어릴적 비 오는 마당에서 먹던 부침개 생각이 간절 해
내가 내 어머니의 모습으로 부침개를 지져도 그 때의 그 맛이 아니다.

그리고~~~~~~~~~~~~~~~~~~
서툰 부침개 부치는 솜씨로 싱크대와 렌지 주변을 기름투성으로 만든다고
울 집 유모~~~에게 핀잔만 듣고 만다.ㅎㅎㅎㅎㅎㅎ


내 텃밭에서 자란 애 호박을 바라보면서 엄마를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과 엄마. 그리고 애 호박과 부침개를....

엄마가 아직 나와 함께 호흡을 하셨다면 저 애 호박을 따자마자
쌩~~~~하니 차를 타고 엄마에게 달려 갔으리라....

그리곤~~~~
<엄마 내가 호박 부침개 부쳐 드릴께요. 어서 초 간장 만들어 줘~~~^^*>

그리곤~~~~~
엄마에게 내 어릴 적 이야기를 실껏 들었을텐데.......


비가 뿌리는 휴일 아침.
호박 부침개 기름냄새를 풍겨 식구들을 깨워야겠다. ㅎㅎㅎㅎ


그리곤~~~~~~
울 엄마 이야기를 해 야지~~~~^^*














생명 그 ~~~위대함.


내 텃밭에서 자란 애 호박.

비가 오는 아침에도 텃밭에 섰다.

어제 보이지 않던 호박 꽃이 활짝 폈다.

그리고 연초록으로 기름이 좌르르~~~흐르는 애 호박이 흔들거렸다.

가위로 말끔하게 잘라내어야 하거늘 내 마음을 손으로 전 한다는
핑게 아닌 핑게를 대면서 손으로 비틀어 땄다.(미안 하다는 생각이..^^*)

그리곤 비에 흠뻑 젖은 내 차 위에 올려 놓았다.
애 호박 4개가 저마다 뭐라고 궁시렁 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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