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축제에 입고 가라고 엄마가 주신 옷감이 있었다.
하늘색 바탕에 빨강색 동그라미가 촘촘하게
수 놓아진 아사로 만든 옷감에 땡땡이 무늬의 수는
비단실로 놓은 듯 반짝였다.
1973 년에는 기성복이 흔하지 않았다.
옷을 바로 사 입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가족이 단골로 다니는 양장점이 있었기에
그곳에 우리 가족의 옷 본이 있었다.
그래서 언제나 옷감만 보내면 알아서 옷을 만들어 줬다.
나는 평범한 옷보다는 조금씩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요구하기에 양장점 아줌마가 힘들어 하셨다.
그래서 내 옷은 꼭 가봉이라는 것을 하러 오라했다.
가봉이라 하는 것은 옷을 조각조각 잘라
내 몸에 맞춰서 실로 듬성듬성 꿰매서 옷 모양의
틀을 잡거나 할핀으로 꼿아 위치를 잡아
내 몸이 맞게 해 주는 작업이었다.
하늘색 바탕에 붉은 땡땡이 무늬의 옷도
중국식 옷깃에 어깨부분을 과감하게 안으로
들여서 팠기에 팔이 길어보이는 아주 특이한 윗옷였기에
옷이 완성되고 나서 쇼윈도에 걸리면 그 옷과 같은
디자인의 옷을 사람들이 맞추러 온다고 했다. ㅋㅋㅋㅋ
거리에 붉은 들장미가 피기 시작하면
생각나는 일들이 많다. 대학 축제. 첫미팅과 하이힐.
시간은 우리의 허락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달린다.
순간의 일이 순간을 멈추는 것이 삶의 끝이라는 것을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감각없이 살아간다.
올 초여름에도 거리의 붉은 담장 넘어로
붉은 장미가 어서 오라 손 짓을 한다.
나에게 주택이 생긴다면 장미 정원을 만들고 싶다.
줄 장미가 담을 타고 안과 밖을 두둥등 떠 있는 것을
보고 싶다.
올해 보는 줄장미에 또 추억의 마음을 결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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