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밤을 나에게 줬다.
산 밤이라며 크기는 작아도 맛이 있다며
한 뭉치를 나에게 줬다
생 밤도 이웃과 나누었고 찐 밤도 이웃과 나눠
먹었다.
밤을 그 닥 좋아하지 않기에 몇 개만 까먹고
냉장고에 넣어뒀다.
오늘은 냉장고에 넣어 둔 찐밤을 꺼내서
가위로 자르고 수저로 밤의 알맹이를 파냈다
밤의 껍질이 단단하여 가위로 자르기도 힘들고
반으로 자른 밤에서 알맹이를 파내기도 힘들었다.
밤을 자르고 파내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났다.
엄마는 내 동생 신이에게 모유대신 밤을 구어서
절구에 빻고 미음처럼 만들어 아기에게 먹였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엄마가 나를 낳고 몸이 안 좋아서 젖이 말랐다고 했다
내 뒤로 3 년 후에 태어난 동생은 엄마의 젖대신
밤 미음을 수저로 떠서 먹이셨다.
마당에서 작은 화덕을 놓고 밤을 구우면 불꽃과 함께
밤이 익느라 탁탁 소리를 요란하게 냈다.
방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면서 밤아 폭발할까봐
그래서 엄마가 위험해질까봐 걱정을 했다.
동생을 위한 밤 굽기는 오래 계속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밤을 까면서 엄마생각을 했다.
아주 오래 전의 기억인데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밤을 다 까서 그릇에 담았다
손자에게 맛있는 밤 요리를 해다가 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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