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무쇠 솥 뚜껑과 엄마

유쌤9792 2009. 1. 10. 23:02

 



★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그림.


파스텔 풍의 고운 빛이 천지를 흔들더니
어느새 시간은 거리의 굵은 나무들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을 했다.

비가 온 뒤의 하늘과 산은 너무나 아름답다.
봄비가 생각없이 많이 내려도 나무들과 땅이 잘도 삼키고 감추는 것 같다.^^*

내 눈 앞의 아카시아나무에도 초록의 잎이 살아 있는 듯 움직인다.

울 엄마가 몹시도 좋아 하시던 아카시아나무.
경동고등학교 산 비탈을 무성하게 덮고 있던 아카시아 나무.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신호는---아카시아 꽃향이였다.
아카시아 꽃향이 바람에 날리면 우리집 마루 창은 여름을 향해 열렸다.



● 무쇠 솥 뚜껑과 엄마


울 엄마는 부엌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셨다.

아침에 일어 나시면 부엌의 부뚜막을 먼저 닦으셨고,
물 한 대접을 정갈하게 떠서 잘 닦은 부뚜막에 고여 놓으셨다.

부엌에는 우리 가족을 지탱하고 지켜주는 조왕신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부엌을 늘 깔끔하게 닦고 위해야 집안에 복이 들어 온다고 하셨다.

부뚜막에 떠 놓은 물로 밥을 하셔서 제일먼저 밥 한 그릇을
놋주발에 소복하게 담아 주발 뚜껑을 덮어 부뚜막에 두셨었다.

그 부뚜막 위에 올려 놓는 밥은 언제나 새 밥이였고,
그 부뚜막 위에 오르는 밥주발은 아주 멋지고 두툼한 옷과 모자가 있었다.
(밥이 식을까 봐~~ 뉴똥에 솜을 도톰하게 넣어 누벼 바느질 하신 것)

식구들의 아침 식사가 끝나고 나면
부뚜막에 있던 밥은 엄마가 만든 옷과 모자를 쓰고 부엌의 왼편에 있던
커다란 무쇠 솥으로 들어갔다.

--- 부뚜막에 놓아 둔 밥은 우리 식구 말고 손님이 밥때(식사시간때)에
갑자기 오면 밥이 모자르지 않게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래서 엄마는 늘 새 밥보다 그 묵은 밥을 드셨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고...---

(내 어릴 적엔 우리집엘 들려 밥을 달라던 사람이 많았다.
그가 누구이든 밥을 달라면 엄마는 옻칠한 작은 소반에 밥과 찬을 내어 놓으셨고,
그들은 엄마가 주는 밥을 마당 툇마루에 앉아 먹고 갔다.)


울 엄마의 情스런 마음처럼~~~~~~~~~~~~~~~~~

언제나 기름이 자르르르 흐르는 듯 윤이나고 따뜻한 무쇠 솥.

학교 갔다 돌아 오면 제일 먼저 부엌으로 들어 가 무쇠 솥 뚜겅을
조심스럽게 밀어 내고 무쇠솥 속을 들여다 보던 나.

솥 뚜껑이 무거워 번쩍 들지도 못하고 옆으로 살짝 밀어 열어 보던 나.

그러다 손에서 미끄러져 솥 뚜껑이 부엌 바닥으로 떨어질량이면----

쩡~~~~그렁 울리는 소리가 가히 천둥치는 소리 보다 더~~~` 컸기에
떨어지는 솥 뚜껑보다 내가 더 놀라 기절하기 직전이였다. ^^*

솥 뚜껑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뛰어 나오시며 울 엄마가 하시던 말.

--- 아이구 우리 말띠 솥 뚜껑에 발 짖찧이면 시집도 못간다.
그 속에 뭐 먹을 것이 있다고 그 무거운 것을 번쩍~~번쩍 드니....??---


ㅎㅎㅎㅎㅎㅎㅎ

내가 울 엄마를 볼 수 없듯이~~~~~~
이제는 어디서라도 흔하게 볼 수 없는 무쇠 솥과 솥 뚜껑.

지난 시절은 다 그리움인가보다.






내 어릴 적--우리 집 부억에 있던 무쇠 솥 뚜껑과 같은 것.

엄마는 이 무쇠 솥 뚜껑에 가끔 돼지비게 기름을 발라 두셨다.
돼지비개 기름덕분에 윤이 반짝~~반짝하던 우리집 솥 뚜껑.






---변신은 무죄.

솥 뚜겅에 돼지 삼겹살을 구어 먹는것을 보셨더라면 울 엄마 뭐라 하셨을까?

저렇게 기름이 자르르르하게 흐르도록 고기를 구어 먹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너무 이르게 세상을 버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던 날이였다.






접시에 수북하게 담겨 나온 야채들.
그동안은 아무 생각없이 신나게 먹었는데....

요즘 내가 교재원에서 야채를 가꾸다 보니 한 잎을 키우는데 드는 공이
장난이 아니라 수북하게 쌓인 야채에 선듯 손이 가질 않았다.





--먹을 것이 뭬 있다고...!!!????

ㅎㅎㅎ 그래도 상추와 케일은 한 번 따다 먹었다.(한 장씩~~^^*)



새로고침꾸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