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정 부리기

백합의 향기가 청순하다.

유쌤9792 2024. 7. 8. 07:51


백색의 백합꽃은 알 수 없는 측은함을 온몸에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는 백합꽃을 무척 좋아하셨다
시장엘 다녀오시는 길에
찬거리 옆구리에 신문지로 돌돌 말려 있는 백합꽃을
시장 바구니에 담아올 때가 더 많았다.

활짝 핀 백합꽃보다 뱀의 대가리처럼 생긴 입을 꽉
다문 백합꽃을 사오시던 엄마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종종하였다.

꽃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오짓 항아리에
키다리 백합꽃을 꽂으셨다

꽃이 활짝피기 전의 백합꽃은 입 다문 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머리만 이리저리 움직였다.

우리 집에 온지 한 참이 지나서야 백합꽃이 벌어졌다
아주 서서히 한 개씩 꽃의 입이 벌어지기까지
사람의 애를 타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끝끝내 입을 벌리지 않는 백합꽃은
엄마가 조심히 안아서 엄마의 숨결로
백합꽃의 오목한 끝에 바람을 호호 불어 넣으면서
살살 어루만지셨다.
그러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는 입 다물고 있던 꽃들도
모두 활짝 펴서 꽃향기로 답례를 하는 듯했다.

아마도 백합꽃은 스스로가 다문 입을 벌리기
아주 어려운 꽃이라 묵념중인 백합꽃은 팔리지 않기에
아주 싼 가격에 백합꽃을 가져오시는 것 같았다.

엄마를 생각하기에도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러나 엄마가 좋아하시던 것들을 보게되면
엄마생각이 간절해 진다.

동네 화단에 피고 있는 백합도 요즘엔 하얀색이 드물다.
그러나 백합꽃의 향기는 여전히 향기롭다.

엄마가 계실 때엔 색이 짙은 백합꽃은 책에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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