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11월의 셋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11. 21. 10:20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붉는 단풍이 세상풍경의 색을 바꾸다.

노란 빛의 은행나무는 맥없이 잎을 모두 낙하했다.

 

붉은 색의 단풍나무들은 여전히 강렬한 빛을 발하면서

지나가는 가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듯하다.

 

시절의 오고 감을 누가 감히 막을 수 있으려나!

보름달을 바라보며 혼자 말하고 답하는 새가 쓸쓸하다.

 

세상을 안고 있던 자연의 모든 색이 곧 무채색이 될 것이다.

무채색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고 고요하며 아름답다.

그러나 모두에게 공평하지는 않은 고집불통의 겨울이 온다.

 

아주 낮은 자세로 웅크린 채 겨울 속으로 묻힐

자연의 친구들이 걱정스럽다.

 

 

2024년 11월의 셋째 목요일에~~

 

일 년에 두 번 절에 무상 보시를 한다.

<초파일과 동지>의 행사를 위해 내가 손뜨개질 한 수세미다.

 

수세미를 한 개씩 포장을 하여 108개씩 두 묶음씩을

절 세 곳으로 보낸다. 그러니 합하여 약 660개가 된다.

 

어느 절은 15년 넘게 보시를 했고, 두 곳은 이제 몇 년 되었다.

뜨개질은 일 년 내내 쉼 없이 예쁜 색 실로 구매하여 뜬다.

친환경 실이라고 하니 뜨개질을 하면서도 마음 비우기를 한다.

 

660개 수세미를 한 개씩 포정하고 <옴>이라는 글자를 파서

도장 찍은 종이를 일일이 다 넣어 만드는 일은 고단하다.

그래도 내 수세미를 받으면 좋아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고단하다는 생각도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사르르 녹는다.

 

남편이 출근하는 길에 수세미를 실어서 우체국 앞에 내려 줬다.

<박스 3500원 소포 6000원> 한 박스에 만 원가량 들었다.

우체국에서도 3박스나 절로 가니 내용물이 궁금하다고 했다.

 

동지가 되기 한 달 전에 보내야만 절에서도 넉넉하게

<동지 법회>행사를 할 수 있을 거다.

많은 신도분들이 초파일과 동지엔 <수세미 보살>을 찾는다고 한다.

많은 분들의 덕담을 듣고 살기에 내가 더 감사하다.

 

매년 두 번씩 우체국에서 수세미를 소포로 보내고 나면

밀린 숙제를 마친 듯 마음이 홀가분하고 좋다.

또 다시 수세미를 뜨기 위해 실을 주문하다.

 

오늘은 갑진년 11월의 셋째 목요일입니다.

 

날씨가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감기가 기승이지요.

건강에 늘 진심이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릴 때엔 펌프가 있는 집을 부러워했다

그 당시엔 수돗물과 전깃불 사정이 그 닥 좋지 않던

1950년이었기에 수돗물이 나오자 않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은 물을 받으러 펌프가 있던

동네의 방앗간 집에 줄을 길게 서서 기다려야만 했다.

 

우리 집에서는 어른이 아버지와 엄마뿐이었다.

아버지는 매일 중앙청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공무원이었기에

늘 엄마가 양동이와 주전자를 들고물을 받으러 가야만했다.

 

엄마가 물을 받기 전에 방앗간 집 밖에서 줄을 서야했기에

그 줄은 어렸지만 내가 꼭 섰다.

 

요즘엔 물을 사서 먹어야 하지만

내 어릴 적에는 펌프 물도 음용 물로 그냥 먹었다.

 

울 엄마는 물을 사 먹는 시절을 모르고 돌아가셨다

요즘처럼 물을 사 먹어야 한다면 엄마는 많이 놀라셨을 거다.

 

보문사 뒷마당을 돌아 나오는데 낡은 펌프가 보였다

보문사엘 60년 가깝게 다녔어도

대웅전 뒷마당의 펌프는 처음 보았다.

 

그 동안 늘 그 자리에 있었을 펌프인데 이제야 내 눈에 뜨였다.  

 

정말 내 눈도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사나보다.

산에서 졸졸 내려오는 물이 펌프의 마중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