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2024년 12월의 셋째 목요일에~~

유쌤9792 2024. 12. 19. 10:31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눈이 내린다.

하늘로 흰색과 회색의 점을 듬성하게 찍더니

어느새 하늘이 보이지 않게 눈이 내리다.

 

어깨까지 덮을 큰 우산을 꺼냈다.

바람에 달려 내리는 눈은 큰 우산으로도 막을 수 없다.

내 곁에 있던 새들이 우산 속으로 들다,

 

겨울에 내리는 비는 사람을 슬프게 만들고

겨울에 내리는 눈은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 같다.

 

겨울에도 귀한 눈을 요 며칠 자주 본다.

 

 

2024년 12월의 셋째 목요일에~~

 

내 휴대폰은 나에게 친절하기도 하지만

대단한 잔소리꾼이다.

 

내가 잘 모르는 길을 안내 하거나 여러 정보를

친절하게 전해 주는 것은 기특하다.

그러나 <건강 지킴이> 앱에선 수없는 잔소리를 터뜨린다.

 

<네 걸음 거리를 분석해 보니 불안정하여 넘어질 확률이 많다.

어제는 충분하게 걷지 않았으니 오늘은 걸어라.

요즘 걷기에 태도가 나쁘다, 좀 더 힘차게 걸어라.

운동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라며 내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다.

 

오후에 산책을 나가려 하다가 날씨 탓하면서

문 밖으로 나서질 못하고 방에 도서관을 들여 놓은 듯

꼼짝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에 빠져든다.

그러다 보면 해는 넘어가고 겨울의 어둠은 빨리 내린다.

 

남편은 회사에서 퇴근을 하면 나에게 묻는다.

<오늘은 뭐 했어? 나가지 않았어? >

<집 안 일 하느라 하루 종일 허리가 휘어져요 >라고하면

<그래서 우리 집이 제일 깨끗해. 당신 없으면 안 돼!>

남편은 나의 엄살을 칭찬으로 받아 넘기는 재주가 있다.

 

둘이 살아도 집 안에서 할 일은 너무 많다.

 

잘잘한 장식물들에 얹은 먼지를 정기적으로 한 개씩 닦아 낸다.

마루에 깔아 둔 카페트들을 털어서 세탁도 해야 한다.

건조기가 없으니 세탁 후엔 선풍기 앞에서 생선구이 뒤집듯

요리조리 뒤집으면서 말려야 한다.

 

사실 눈썰미가 무딘 남편은 침대커버. 베게커버며

집안의 커틴과 카페트를 바꿔 놓아도 잘 모른다.

그러니 일을 열심히 해도 남편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모른다.

감성이 무딘 것인지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부부가 함께 오래 살아내려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별 시비에 말리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듯하다.

 

 

오늘은 병진년 12월의 셋째 목요일입니다.

 

겨울답게 바람이 차갑습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늘 평안하시길 바라지요.

 

당신을 사랑 합니다

 

 

후배 부부는 정선의 아우라지 5일장에서

점심 먹고 정선의 풍경에 푹 빠졌다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중이라 한다.

 

후배 부부는 어디로든 여행을 가면 내가 좋아할 듯한

풍경들을 모아 모아서 사진으로 보내온다.

 

요즘 멀리 못 나가고 동네에서만 뱅뱅 도는 나에게

눈과 발이 되어 전해 오는 풍경들 속에는 정이 담겼다.

나의 눈이 되어 주는 후배부부에게 감사하다.

정선으로 여행을 다녀 온지가 꽤 오래 되었다.

 

돌 징검다리 부근에 돌탑을 쌓았다가 허물기를 여러 번,

돌이라는 것이 모양도 제 각각 인 것을 돌들의 개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내 눈만 인정하던 시절도 지나갔다.

 

내가 좋아하던 풍경들도 다 변해 알아보지 못하리라.

 

(후배에게 온 강원도의 풍경들.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