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왓트만 종이에 아크릴 물감과 혼합재료로 그린 그림. 사람이 하늘로 가까워지는 산 길. 봄이 무르익은 산을 향한 야간 산행은 두려움을 주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흥분과 호기심으로 두려움을 베낭 밑으로 감추는 듯 했다. 동행이 있으면 더 좋고, 없으면 하늘을 접시 인냥 걸터 있는 달을 벗 삼아 올랐다. 날이 쨍하면 그 쨍한 기운을 피해 그림 속에 숨어 있다가 흐린 날이면 신경통이 돗이는 사람처럼 다리를 절름거리면서 산으로. 산에서 만나는 이들 모두는 다 내게 마음을 열었다. 처음보는 이들이면서도 말을 건네 왔고, 바짝 마른 라면이나 건 포도를 부스려서 주기도, 이렇게 격 없이 친해지는 야간 산행. 사람의 발길로 길이 곧게 난 산길을 걷다 보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서열이 정 해져 한 사람씩 차근하게 오른다. 대학 때 우연히 산행을 시작했다. 5월의 축제 홍보로 이 학교 저 학교로 돌아 다니던 때. 라일락, 장미가 시샘하는 젊음이 터지려던 대학시절. 언덕이 유난히 길고 가파르던 어느 대학교정을 내려 오는 길에 우리들의 옷 차림이 조금은 도발적이라 여러 사람들의 표적이.. <초 미니스커트에 큼직한 숫자가 써 있던 흰색 티샤스에 긴 생머리. 미대생들이라는 냄새를 의상에서 풍겨야 축제 티켓을 많이 판다면서 우리 과 친구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아주 야한(?) 옷들을 서슴치 않고 입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정신이 다 아찔하다. 바람에 살랑이는 긴 머리에 경쾌하게 걷던 우리들에게 그 학교의 산악부가 딱 걸려 들었다. 일명 '사랑나누기'의 티켓을 무더기로 그 산악부에게 팔았고, 그 댓가로 우리 과 친구들과 산악부 학생들과 산악미팅을 하기로 했다. 산악 미팅....!!! 아주 독특한 발상이기는 했어도 과 친구들은 티켓 판 것에만 관심이 있지 산에 가는 것은 싫다고들 했다. 나즈막한 언덕에서 잠시 밥 만 해 먹고 온다고 친구들을 살살 꼬셔서 드디어 미팅을. 산악부 머슴아들과는 북한산 입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고, 우리는 가벼운 반바지에 운동화 정도, 아니 구두를 신고 멋을 부린 친구도 있었다. 저런~저런~기절 직전. 산악부 머슴아들을 발견 한 순간 우리 모두는 뒤로 자빠졌다. 그들의 모습은 정말로 히말라야라도 정복하려는 차림들로 보였다. 우리 키의 반 만한 베낭과 어깨에 맨 알록달록한 자일이며, 완벽한 산악인의 모습으로 무릎을 덧 댄 반바지에 등산화까지.... 친구들의 시선은 가시가 되어 나에게 꼿혔고 모두가 도망 갈 기세로 나를 바라 보면서 하는 말. " 야 우리 쟤들에게 판 티켓 값 다 돌려주자. 누구 죽일 일 있니?" 에그~에그~그날 산악 미팅은 극기 훈련이였다. 그 다음부터 과 친구들은 **대학교의 미팅이 들어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나는 그 계기로 그들을 따라서 산에 다니기 시작을 했다. 그 산악부 머슴아 중에 누군가가 내 등산장비를 다 챙겨서 학교로 가지고 왔다. 노란 가죽 등산화에 두툼하고 줄 무늬 있던 등산 스타킹에, 빨간 베낭에 은 빛 코펠 마다엔 내 이름을 매직으로 써서...... 그리고는 은근하게 하던 말. "이 물건들이 산에 다 잘 맞나 우리와 몇 번 산에 갑시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의 산행은 그 때부터 겁 없이 시작 되었다. 그림 그리는 일도, 친구들과의 주말 약속도 다 버리고 봄 부터 시작 된 산행은 여름 야간 산행에까지 이어지고 언제부터인가는 혼자서도 산행을 즐겼다 그 긴 산행이 내 20대를 벗 해주었다. 그리고 그 애잔했던 기억들 모두가 가끔씩 산에 대한 그리움으로 행복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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