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오일 물감과 특수 물감으로 그린 그림.
<별을 헤는 밤.>
까만 밤하늘 가득 어느새 별들이 치열한 자리 다툼을.
멍석 깔고 누운 이들은 밤 하늘을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별을 헤는 밤. 가끔 주먹만한 별이 함박 눈처럼
언덕 넘어로 떨어진다.
어느 별이 땅으로 내려와 사람이 되었으며,
또 누가 사람에서 하늘로 올라 별이 되었을까?
내 어렸을 적엔 집들이 거의 다 한옥이라
대청 마루에 앉져도,
누워도 하늘을 바라보면 별이 보였다.
여름을 알리는 밤 하늘의 별들이
하나씩 제 자리를 잡아 또아리를 틀면
우리 식구들은 멍석과 라디오를 들고 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밤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서 골 백번 들어도
재미 어른들의 옛이야기를 듣거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연속극을 듣는 것이
유일한 오락이였으니.....
(성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실감 났던지
슬픈 내용에서는 따라 울고,
악당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흥분하여 함께
소리 지르며 욕을 했고,
조바심 나는 부분에서는 마음을 졸이면서
라디오 연속극에 심취했었다)
그러니 늘 작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유일한 정보였으니,
라디오가 전등불 이상으로 소중 했었다.
-- 지금처럼 밤새도록 우리를 환하게 지키는
T.V가 없었고
-- 거리를 번쩍이는 네온싸인이나
팔등신 미인처럼 늘씬한 가로등도 없었다.
밤을 밝혀 주는 것이라곤 집집마다에서
간간하게 새어 나오는 백열등의 불빛 뿐.
그 전등불도 아껴야 한다면서
10시가 넘으면 집집마다는 소등을...
그러니 우리동네의 밤은 정말로 정말로 깜~깜했다.
귀가 후 씻을 때에도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당 한가운데 서서 씻었고,
목욕이라고 할라면 밤이 이슥해지기까지 기다렸다가
속옷을 얌전하게 걸친 채 목욕을 했다.
그러다가도 더위에 참을 수가 없을 지경이면
식구들이 다 자는 것을 확인하고
밤 하늘에 무수히 박힌 별 아래서 홀라당 다 벗고
목욕을 하기도 했다.
우리집에 타일이 박힌 작은 목욕탕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 식구 모두가
마당에서 별을 헤아리면서 목욕을 했다.
우리 집에 텔레비젼이 생기기 전 까지는
라디오를 품고 누워
별을 바라보며 연속극을 들었다.
나무로 만든 전봇대가 사라지고 키가 멀쓱하게
큰 콘크리트 전봇대에
가로등이 매달리기 전까지는
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밤길을 다녔다.
으~~흠.!
어릴 때 바라보던 밤 하늘의 별들이 문득 그리웠다.
<아름다운 이야기...하나.>
작년 5월 소백산 수련원에 갔을 때.
내 어릴적에 보던 별 이야기를 했더니
수련원에 있던 나의 펜(?)이
새벽 2시쯤 수련원 전체의 불을 잠시 꺼 주었다.
내 생애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소백산 하늘 위로 총총하게 떠 있던 별.
내 펜(?)도 소백산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내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깐 오히려 나에게 감사한다고.
--소백산 하늘의 별들을 헤아릴 수 있게 해 줘서.
꾸벅.
우리는 잠시였지만 '윤동주 시인'이 되어
별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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