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수채물감과 아크릴물감으로 그린그림. ★★기억의 저편엔.... 물동이와 그녀, 민들레 그리고 까치. 오짓 항아리가 아직도 내 베란다에 있다. 예전엔 엄마의 걸레질로 반짝거렸는데, 엄마가 안 계신 지금엔 화분을 품고 있는 모습이 안스러울 때가 있다. 엄마가 쓰시던 물건들. 엄마에 대한 기억들이 우리에게서 종~종 흐려지듯. 엄마의 물건들도 우리의 기억과 눈에서 하나 씩 사라져 갔다.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집이 좁다는 이유로, 집이 아파트라는 이유로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엄마의 물건이 딸과 며느리의 손에서 떠났다.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아직도 항아리를 닦으셨을 것이고, 아직도 그 항아리에 우리에게 퍼 주실 고추장과 된장을 담그셨을꺼다. 얼마 전 시어님께서 이사를 하셨다. 한강이 한 눈에 보이는 집. 잔잔한 한강위로 나르는 새들이며, 유람선, 그리고 햇살과 달빛. 거기에 인공의 불빛(자동차 불빛, 한강다리들의 불빛)들이 현란한 한강변의 아파트로. 어른들에게는 '마지막 정착지가 되실꺼라는' 말씀에 가슴이 쨘 했다. 한강이 얼면 어는대로 낚시꾼이 있으면 있는대로 그들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내 엄마와 초 파일쯔음엔 방생을 했다. 자라와 붕어 그리고 보리와 좁쌀밥을 고슬고슬하게 해서 나와 소명이를 데리고 한강을 가로질러 작은배를 띄우시던 어머니. 한강을 바라보며 기도를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가끔 강 한가운데서 번득이며 보이는 곳. 발 밑으로 한강이 아스라하게 펼쳐진 전망을 둔 아파트로 이사를 하신 시어머니께서는 평생 지니고 계시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 하시기 시작하셨다. 오래 된 서랍장에서부터, 자잘한 항아리들에서 유리 그릇들까지도, 그 물건들을 정리하시면서 하시는 말씀 모두는 그릇에 담긴 추억들. 식구들은 시어머님의 추억을 이해는 하지만 새로 이사한 집에는 좀 무리라는 무언의 표정을 내 보였더니 추억의 일부를 떼어버리기라도 하신 듯. 비장한 각오로 물건들을 내 놓으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전화를 하셔서 은근한 권유로...... " 얘야 !, 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 이런 물건들이 너에게는 다 어울릴꺼다. 그러니 네가 가지고 가면 좋겠다. 시루며, 새우젓 항아리며, 윤이 반질한 오짓항아리며, 백자로 만든 설탕 항아리까지......*" 그 그릇마다에 담긴 사연을 이야기 하시니 어머님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예 제가 가질께요....^^;;" "너 이 물건들 가지고 가서 어디다 가두어 두지 말고 잘 두어야 한다." "예 베란다에 놓기도 하고 학교에 가지고 가기도하고, 거실에 놓기도 할께요" 내 집엔 내엄마의 추억, 내 시어머니의 추억, 그리고 내 추억이 범벅 된 물건들이 가득하다. 물건을 장만하고 그 물건을 쓰는 세월은 우리들의 나이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 어떤 물건은 엄마의 나이에 할머니의 나이까지 포함되어 전설의 물건처럼. 그 전설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뭉쳐진 실타레처럼 들어있다. 여러 날 밤이 새도록 해도, 들어도 실감나는 이야기들이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환경엔 적응이 잘 안 되는지 이사를 하는 집 마당엔 언제나 버려지는 물건들이 그득하다. 우리집 아이들은 지 엄마의 추억 들어오기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다. 새로운 물건이 집으로 들어 와 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들을 바라보아도 아이들은 낯설어 하지 않는다. 지 엄마가 하는 일은 모두가 '예술의 연장 작업'이라고 마음을 비웠나? 새로운 물건은 신선하고 기분전환에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오래 묵은 물건들엔 할머니의,내 어머니의 냄새가 나는것 같아서 더 좋다. 기억의 저편에 있는 것들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사람냄새가 나는 이야기들이 묻어 있어서 좋고, 우리 곁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연기처럼 사라졌어도 그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오래 된 물건들에 남겨져 있기에 사는 일이 덜 외롭고 고단 한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비 오는 수요일. 내게 추억을 말 해 주려는 물건들 점검 해 보는 날로 정 할까. 아주 오래 된 물건들부터 꺼내 보아야지.... . 그리곤 내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주어야지. 그 물건 마다마다에 담겨있는 숨은 이야기들을 이제는 말 할 수 있다고... 그 오래 된 물건 중. 그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것이 있다면,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편지들. 읽어도 읽어도 시간과 공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쑥~~~빠져드는 추억. 흑~~;;; 그러나 아쉽게도 연정을 품고 날아 온 연애 편지들은 몽땅 버렸는데, 그 편지 지끔껏 남겨 두었다면 아마도 잠 못 드는 밤 수면제 대용일텐데...^^* 오늘도 내일엔 기억의 저편이 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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