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종이 배

유쌤9792 2009. 1. 10. 23:37



★ 그림설명; 작은 크로키 붘에 먹과 금분으로 그린 그림.


작은 배에 달과 나무와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도 잔득 실었다.

바짝 물기 빠져 마른 마음을 지닌 사공의 몸은 너무 가벼운데
보이지 않는 그림자로 채워진 마음이 너무 무거워~~~`
배가 떠나 가지를 못 하는가보다.




어릴 적엔 종이 배를 무척이나 많이 만들어 개천에서 띄웠었다.

그 종이 배가 물살에 홀라당 뒤집어 지면 발이 젖는 줄도 모르고
개천으로 뛰어 들어 걸리는 돌도 치워주고~~ 물살도 흔들어 주었다.

그러다가 종이 배에 물이 잔득 들어 와 배가 물 아래로 기운 없이
훅~~하고 갈아 앉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마음이 상했었다.

다음엔 <질기디 질긴 시멘트 종이>로 배를 접어야지 하면서 개천을 떠났었다.


엄마 따라 시장에 가서 얻어 온 시멘트를 넣었던 누런색의 봉투.

얼마나 신 나고 흥분이 되었던지 ~~~~~`
시멘트 봉투 안에 있던 회색의 시멘트를 다 털어 내기도 전에
종이 배를 접기 시작 했었다.
v그리고 전투에라도 출정하는 기분으로 밥먹는 것도 잊고 개천으로 달려 나갔었다.

그러나 그 시멘트종이로 접은 배는 공책으로 접은 배 보다 더 먼저 뒤집어졌다.

아무리 질기고 단단한 시멘트 종이가 얇은 공책 보다도 못 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바보처럼~~` 그 누런 시멘트 종이를 가지고 <배와 딱지>를 꾸준히 만들었다.

나중에는 <종이 배>라서 그런 것이라는 내 생각에~~
앞 뒤 생각 없이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서 물에 띄어 보았다.

둥실~~둥실~~`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잘 떠내려 가던 내 고무신 배.

내 눈에서 멀어지면 다시 내 발에 신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어린시절.

나는 신발을 잃어버렸고~~~ 또 맨발로 집에를 가야 했고
그 다음엔 엄마에게 무지무지하게 혼이 나는 바람에 저녁도 굶고 잤다.


^^*~~~~


오늘 저녁~~ 운동을 하고 돌아 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작은 우산은 손에 쥐고 있었지만~~
양손 가득 생선을 사서 드는 바람에 우산을 쓸 손이 없었다.

문득 비내리는 육교에 서서 양재 지하 차도를 보는데 내 어릴 적 종이 배가 생각 났다.

꼭~~~ 달리다 서다하는 자동차들이 모두 개천에 떠 있던 배로 보였다. ^^*

그리고 엄마 생각이 났고,
동시에 생선 장사 아줌마 머리에 쓴 까만 비닐이 눈에 들어 왔다.

비를 피하기 위해~` 생선 상자를 옮기는 아줌마 머리에 쓴 까만색 비닐이~~
왜 그렇게 스산 해 보였던지~~~생선 상자에 있던 생선들을 내가 다 떨이를 했다.^*

오징어, 고등어 자반, 삼치, 생태 등~~~~~
양손에 묵직하게 들려진 생선들~~~` 언제 다 먹으려나~~~~^^*

생선 장사 아줌마는 내 손에 비린내가 묻을까 봐~~`
누런 시멘트종이에 그 까만 비닐을 몇 겹씩 더~~더 싸 주셨다. ^^*

그리고~~웃으면서 하는 말이~~~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손님이 없어 일찍 들어 가려고 정리 하는 중인데
바로 젊은 부인이 다 사 주시기에 너무 좋습니다. ^^*>하며 얼굴 가득 웃음이..

<젊은 부인>이란다. ~~^^*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 멀었지만, 비는 오고 있었지만,
난 우산이 없었어도 비에 젖지 않은 것 같았고,

생선이 무거워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릴 지경이였지만
생선을 한 번도 바닥에 놓지 않고 집에까지 가지고 왔다. ^^*

종이배와 나~~` 그리고 비와 나. 그리고 그리움과 나.

그리고~~~~늘 생각없이 감정에 쏠리는 나.
난 물에 곧잘 뒤집어지는 종이 배를 닮은 것 같다. ^*













---- 남산의 성벽과 포문들 ----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지키는 것과 빼앗으려는 것. 그것의 차이일까?

난 무엇을 지키려하고 또 무엇을 빼앗으려 하면서 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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