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글과 그림

임진각 가는 길.

유쌤9792 2008. 10. 21. 20:35



★ 그림설명; 왓트만지에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 특수 물감으로 그린그림.

2003. 7.6 ------임진각 가는 길에 그린 그림.



■ 임진각 가는 길.


임진각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내 화폭에 담길 경치는 너무 고요한 풍경이라 인적이 드믄 곳이란 생각도.

내 시야를 사로잡는 적요한 풍경에서 그래도 날 반기는 것은
임진강을 따라 작은 수풀로 나르는 새들과
길가로 촘촘하게 쳐 둔 철조망 뿐.

임진강 모래 밭을 따라 끝도 없이 길게 쳐 있는 철조망은
내 어릴 적 우리집 담위에 쳐 둔 것과 흡사했다.

우리 집에 도둑이 넘어 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엄마가 고안하여 쳐 둔 철조망.

회색의 철조망이 검게 보이는 것은 서글픈 두려움에서 오는 느낌 때문에서겠지.

아침 저녁 저 길고 지루하며, 마음이 서늘 해지도록 아파 보이는
철조망을 보면서 출 퇴근 하는 이를 생각 했다.

우리를 막아서고 있는 것은 철조망이 아니라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과 오만들이 철조망의 막음 보다 더 큰 장애물이다.

지난 휴일.

양수리의 반대 쪽으로 차를 돌려 임진각으로 스케치를 나갔다.

임진각으로 가는 길 길가에 늘어 서 있는
참외 파는 시골 아낙들의 손 흔드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가장 엄마를 많이 닮아 보이는
中老의 아낙 곁에 차를 세워 참외를 샀다.

검게 그을렀고 마디가 굵어 구부리기 조차도 버거워 보이는
손으로 깍아 주는 맛배기 참외를 받아 먹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깰끔을 떠느라고 그 맛 배기 참외를 받아 먹지 않았을 텐데....

밭에서 바로 따 가지고 나온 참외라 사각 사각하고 달콤했으며 물이 흥건한 참외.
아마도 엄마같은 마음으로 깍아 준 그 손길에 맛이 보태져서 더 맛 있었으리.

식구들이 많이 먹지도 않는 참외와 토마토를 봉지 가득하게 샀다.

식구들 눈 빛은 걱정스러운 듯 < 그걸 어떻게 다 먹어..? > 했지만,
내 손이 두 개쯤 더 있었으면 아마도
그 좌판 위에 올려져 있는 참외와 토마토를 다 샀을런지도....

인적이 드믄 길가의 풍경과 참외 파는 아낙의 함박 같은 웃음.
내 그림의 소재론 너무 과분한 情스러운 모습이였다.

임진각을 가면서 산 참외와 토마토가 우리집 냉장고를 꽉 채우고 있다.

아침에는 토마토를 갈아 먹으면서
임진각 가는 길의 철조망과 새를 생각하고,
저녁에는 참외를 깍아 먹으면서
함박같이 웃던 시골 아낙을 생각한다.


그리고.....
내 情스런 그림 속을 수없이 많이 드나들고 있는 이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