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경자년 6월의 첫 목요일에~~

유쌤9792 2020. 6. 4. 17:45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해내림과 동시에 시원한 바람이 나무숲 사이로 달린다.

 

예전엔 창문을 열어 둔 채로 하루 종일 밖을 보고 지냈는데

요즘에는 창문을 열어 둔 채 바람을 즐기려면

온 집안으로 소리 없이 내려앉는 흙먼지를 각오해야 한다.

 

비가 내리기 전 바람 속엔 흙냄새가 들어 있다.

초여름의 비 한 번에 나무들은 더 성숙하고 풍만해진다.

 

어둠이 시원한 공기 속으로 서서히 침식되면

나무들도 새들도 모든 울음을 멈춘 채 잠들 채비를 하나보다.

 

이른 더위가 시작 된 초여름의 풍경도 좋다.

여름을 좋아하는 나~~~ !! 그래서 덜 익은 6월이 좋다.

 

 

 

경자년 6월의 첫 목요일에~~~

 

 

나는 상추쌈을 무척 좋아한다.

요즘에야 4계절 어느 때나 상추쌈을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엔 여름이 아니면 상추쌈을 구경하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한 개는 상추쌈 먹기다.

상추의 종류도 여러 가지로 많고, 쑥갓과 깻잎이 함께하는 쌈.

 

어릴 때엔 상추의 물기가 손에 묻어 연실 손을 털거나 닦아야 하는 것이

싫어서 상추쌈은 엄마가 싸 주시는 것에 입만 벌렸다.

 

엄마는 무슨 근거로 쌈은 홀수로 먹는 것이 아니라며

우리에게 쌈을 싸 주실 때에도 상추, 깻잎, 쑥갓 이렇게 3개를

어우러지게 포개 놓으시고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이 아닌 네 번의 짝을 딱딱 맞춰서 쌈을 싸 주셨다.^^*

 

어릴 때엔 고등어 생선 조림에 막 된장이면 최고의 쌈 속이었다.

요즘엔 참치나 알젓을 쌈 속으로 쌈장과 넣어 먹는다.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날이 많지만 쾌청한 날이면 늘 상추쌈이다.

 

주말 농장을 하는 아파트의 이웃이

여름 내내 나에게 상추며 쌈 꺼리를 가져다주신다.

 

우리 집 문고리에 상추와 쑥갓 등의 채소를 걸어 주시기에 고맙다.

오늘은 나도 답례로 청경채 물김치 한 통을 담아다 드리고 올라 왔다.

 

 

오늘은 6월의 첫 목요일입니다.

 

요즘 점심에는 무엇을 즐겨 드시는지요?

~~~! 혼자 드시는 식사라도 대충 드시지 마셔요.

 

상추쌈엔 식은 밥이 최고라 하시던 울 엄마가 그리운 날입니다.

 

오늘도 평안하고 넉넉한 날이 되셔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작년 여름엔 <소원>이라 말하던 바다에 들어갔었다.

 

바다에 들어 가 보기 전에는 애가 타고 너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바다에 몸을 맡기고 보니 너무 추웠고,

물이 너무 짜서 끈적거렸고, 파도가 들락날락 할 때마다

모래도 한 줌씩 내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바다에 발목까지만 허락 할 때가 더 좋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것,

이 나이에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도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만도 한데~~!

 

나는 언제가 되어야 그 쓸데없는 호기심이 파도처럼 부서져 내릴까~~!

 

사진첩을 정리하는데 영국 본머스의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내 등 뒤에서 엄마가 물에 빠질까봐 조바심하던 아들도 보였다. ^^*

 

나이가 드니 이제는 내가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나에게 더 잔소리를 하면서 나를 지키려하기에 우습다.

 

나에게 잔소리하는 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

 

 

<작년 여름에 영국 본머스 해변에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