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 891

계묘년 11월의 첫 목요일에~~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지나가려는 가을이 고맙다. 살아 온 날만큼이나 맞이하고 보내고 하는 계절이건만 가을에는 알 수 없는 조바심에 마음이 어수선하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면 온통 낙엽으로 나무의 지난 계절에 대한 고백을 볼 수 있다. 산으로는 붉은 단풍의 자태가 바람에 흔들리다. 보름달에 오른 새도 단풍처럼 붉게 물들다. 시절의 끝을 보려는 듯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대다. 바람에 따라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이 뱅글뱅글 돌다. 나의 시절도 낙엽을 따라 조금씩 말라서 바스러지고 있는 중이다. ● 계묘년 11월의 첫 목요일에~~ 무청으로 만든 물김치를 이웃에게 선물하고 왔다. 며칠 전 이웃이 나에게 농사를 지은 무청이라며 비닐봉지로 한가득 줬다. 데쳐서 나물도..

● 계묘년 10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자연이 본래의 색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봄에는 볕이 따듯한 곳에서부터 꽃이 피더니 가을에는 가장 서늘하게 관심이 적은 곳에서부터 단풍이드는 것을 보면 자연이나 사람이나 사랑과 정이 모두에게 골고루 담겨야 하는 것이 맞나보다. 우리 동네의 정자나무인 1000살 가까운 느티나무도 붉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예전 우리 동네에도 아파트로 숲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내 집 마루에 서서 느티나무의 사계절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아파트 숲의 작은 틈 사이로 느티나무의 끝가지들만 바람에 흔들려 보일락 말락 한다. 매일같이 변하는 동네의 풍경에 할 말을 잃다. ● 계묘년 10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오늘은 몇 달 전에 약속을 한 후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신림동의 한정식 집에서..

계묘년 10월의 셋째 목요일에~~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가을 하늘이 바다처럼 보이다. 하늘의 구름도 푸른 파도처럼 적당하게 간격을 두고 눈 시린 파란 가을하늘에 징검다리를 만들다. 지난여름 더위의 뜨거운 기에 눌려 집에 콕 박혀서 바다의 근처도 가 보질 못했다. 바람이 슬슬 비질을 하더니 하늘로 번지는 가을의 빛이 너무나 정겨워 새들에게 구름을 한 개씩 선물하다. ● 계묘년 10월의 셋째 목요일에~~ 지난 수요일에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KTX 기차를 타고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 영화제를 보러 갔다. 젊은 후배들이 나를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을 했다. 이제는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마음과 다르게 발걸음이 어눌하다. 서울에서 부산이 너무나 가까워졌는데도 기차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부산의 친구를 보러 가는 ..

계묘년 10월의 첫 목요일에~~~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바람이 차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의 손길은 거칠어지다. 볕이 잘 드는 곳부터 나무의 색이 변하다. 걷는데 머리 위로 쟁반처럼 큰 낙엽이 툭 떨어지다. 입에서 나온 신음에 나도 모르게 놀라다. 바람은 아주 예민하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찬바람에 목덜미가 서늘하다. 새들은 아직도 물에서 놀고 있다. 바람이 아직은 호수까지 건드리지 않았나보다. 자연에서 초록색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중이다. 또 새로운 절기가 시계의 초침을 너무 빨리 돌리는 날이다. ● 계묘년 10월의 첫 목요일에~~~ 나라의 기념일이라 아파트 밖의 창에 태극기를 달았다. 아파트가 빙 둘러 있는 우리 동네이기에 내다보니 태극기를 단 집이 꽤 많이 보인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의 풍경이 노래와 같다. 아..

계묘년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우리 모두는 한 공간에 얽히고설켜서 산다. 우리만 아는 듯 했던 관계도 조금 돌아보면 우리 둘레엔 모두가 아는 이들이다. 새의 작은 입에 물고 놓치지 않으려는 인연의 끈은 아주 연약한 것 같아도 한번 묶이면 쉽게 벗어 날 수 없다. 여기를 저기를 보아도 우리의 앞이 커다란 바위로 단단하게 막혀 있을 때가 많다. 누구도 그 바위를 뚫지 못 할 것 같아도 바람과 물이 유연한 몸짓으로 아주 조금씩 흔들어 틈을 만들다. 그 틈으로 미세하게 새어 들어 오는 빛이 또 다른 인연이다. ● 계묘년 9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엄마와 아버지는 천생연분이셨나 보다. 두 분의 생일이 추석 전 전 날로 나란히 붙어 있다. 두 분이 세상을 떠나 신지는 35년이 넘었지만 동생과 내 마..

계묘년 9월의 셋째 목요일에~~~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곡식을 잘 익게 해 주는 볕이 마지막 기운을 내는 중이다. 바람이 제법 선선해져서 아침저녁엔 걸을만하다. 나무들은 단풍을 만들어 세상에 더 머물지 않고 자연의 색으로 바뀌자마자 땅으로 떨어지다. 낙엽이 신작로로 구르면 누구에게는 낭만이 되고 누구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다. 하늘은 파랑색의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하늘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주려는 듯 높아지다. 한 낮의 뜨거운 태양 곁에 선 새는 날개를 말리려함인가! 마음을 말리려하는가~~! 살아내는 일은 종종 마음이 물 먹은 솜처럼 너무 무거워 가슴에 담아 두기에 버거울 때가 있다. ● 계묘년 9월의 셋째 목요일에~~~ 추석이 임박하니 남편이 예전엔 하지 않던 일을 한다. 통신판매로 이것저것을 산..

계묘년 9월의 둘째 목요일에~~~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가을비가 내리다. 비가 너무 반갑고 고맙다. 젊어서는 비오는 날을 무조건 좋아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뭔가 모를 숙명적인 일이 묘하게 순서를 매기지 않고 발생하곤 했다. 혜화동에서 삼선교로 넘어 가는 언덕 중간 즈음에서 오랜 시간을 그림만 그리고 지내던 때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나의 20대를 송두리째 그림에 부어 담았던 시절이다, 화실 앞의 가로수들이 너무 울창하여 언덕을 오르고 내리던 차에서 우리 화실이 보이지 않았고 나도 차 속의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너무나 큰 나무였기에 여름에는 송충이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고 가을에는 부침개처럼 생긴 낙엽이 하락하여 신작로를 덮었다. 겨울에는 나뭇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들은 괴기한 공포로 하늘을 찔러댔다. 비로소..

계묘년 9월의 첫 목요일에~~~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집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사면이 모두 산이다. 산의 색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 집 앞과 옆의 나지막한 산은 산이라기보다 동산이다. 이웃들은 이른 아침에 동산에 올라 운동도 하고 산 옆구리를 끼고 빙빙 돌기를 수 없이 반복 한다. 여름이 절정이면 동산에 오르고 내려 온 날에는 나의 몸 거의 다를 동산의 벌레들에게 육보시를 한 듯 불긋불긋하게 상처가 나고 가려워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슬리퍼를 신고 걸었더니 발의 뒤꿈치를 물려 말이 아니다. 동산이든 산이든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자연의 벌레들이 주인이기에 나에게 텃세를 하나보다. 벌레에 물린 발뒤꿈치를 긁으면서 산과 집을 그리다. 숲의 풀벌레소리는 심금을 울리는데 한 낮의 더위는 여전히 뜨겁..

계묘년 8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나무 사이로 흐르는 바람의 결이 달라졌다. 아직은 뜨거운 화롯불 같은 더위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여름날의 더위가 조금씩 물러가고 있음이 느껴지다. 나무들도 마지막 여름을 위해 기운을 내고 있다, 매미가 사라진 공간으로 귀뚜라미의 트림이 울려오다. 오늘 이 순간도 지나쳐가는 과거가 되다. 늘 같은 생각에 빠져 맴돌고 맴돌다가 세월에 끼이다. 살아내는 날은 누구에게나 위대한 숙제이지만 숙제를 다 마치는 그 날까지 미련과 그리움일랑 만들지 말아야 하는데~~! 파란 나무 위의 하얀 새들은 나를 위로한다. ● 계묘년 8월의 마지막 목요일에~~~ 남편은 오늘 건강검진을 받으러 늘 다니던 병원엘 갔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간다면서 아침부터 분주했다. 어제 오후 4시부터는..

계묘년 8월의 넷째 목요일에~~~

★ 그림 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어느 계절이든 각기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기에 곁을 내준 계절과 헤어지기가 늘 어렵다. 특히 여름은 아주 강렬한 불의 성질을 지니고 있기에 강한흔적을 남겨두고 싶어 하는 질김이 있다. 그래도 처서라고 하니 밤하늘의 빛깔이 변하고 있다. 가을을 담은 바람이 더위에 틈을 내며 불어오다.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습한 더위 속에서는 위로가 되지 못하지만 처서에 내리는 비는 가을을 시작하는 비라 부르고 싶다, 누그러지는 더위를 보고 밤 산책을 하다. 새들도 나의 보폭에 맞춰 함께 걷는 듯하다. 하늘의 달은 갈고리 같지만 검파란 하늘엔 어울리다. 여름을 보내면서 미련이 남지 않게 헤어짐도 잘 해야지 ! 이별에는 늘 미묘한 그리움이 남겨지다. ● 계묘년 8월의 넷째 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