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목요편지/목요편지

정유년 12월의 첫 목요일에~~

유쌤9792 2017. 12. 7. 10:05






그림설명 : 종이에 복합재료로 그린 그림

 

하늘이 붉게 물들어간다.

겨울의 해 내림은 어둠이 순식간에 삼켜 버리기에

우물쭈물할 틈을 주질 않는다.

 

집집마다 밥 끓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에 꽁치 굽는 냄새가

어둠속으로 스며 들 때 즈음이면 아이들도 다 집으로 돌아갔다.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어 흙투성이로 꼬질꼬질해져도

엄마가 부르기 전엔 집으로 돌아가질 않았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내 이름이 큰소리로 불려 지면

동네엔 정적이 흐르며 평화가 찾아 왔다. ^^*

 

놀 것도 마땅하지 않던 어린 시절의 겨울 날.

 

해 내림을 따라 새는 일찍부터 달 위에 자리를 잡았고

낮에 놀다 버린 의자는 어느새 나무 위 높은 곳으로 올라

우리들이 언제 다시 나오려나~~ 목 빼고 기다리나보다.

 

얘들아~~~!!! 우리 함께 놀자.

 

 

 

정유년 12월의 첫 목요일에~~

 

 

아들과 둘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단다.

그래서 나에게, 자신의 <보호자>가 되어 달라며 울먹였다.

 

이제 사회 초년생이 된 친구의 아들은 어머니 수술하는 시각에

병원으로 올 수가 없기에 나에게 연락이 왔다.

 

<보호자>. 우리의 보호자가 이제는 자식들이다.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함께 곁에서 사는 것도 아닌 사람들에겐

자신의 <보호자>를 불러 오라면 망설이게 된다.

 

병원에 가서 친구의 <보호자>를 하느라

중환자실 앞에서 서너 시간을 기다렸고, 병실로 올라갈 때까지

함께 움직이다가 친구가 자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 왔다.

다른 날보다 무척이나 긴 하루를 보낸 것 같다.

 

평소엔 아주 강하게 잘 살던 친구가 울먹이며 눈물을 보이는 것을 보니

내 마음이 더 쓸쓸하고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일은 다른 식구들이 올 것이니 이제는 되었다고 말하는 친구.

그러나 내일 아침 일찍 다시 병원에 가서 친구를 보려한다.

 

성악과와 미술과, 학과는 달라도 함께 대학을 다닌 친구다.

 

 

오늘은 12월의 첫 목요일입니다.

 

본격적인 추위도 찬바람이 한 몫 하는 날입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오늘도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시는 날이 되시길~~!

당신을 사랑합니다.

     

 

 





                                    서향을 바라보고 있는 집에서 10년을 살았다.

 

여름엔 서향으로 지는 해가 너무나 뜨거워 집안이 확확 달아올라

꼭 불 한증막에서 사는 것 같았고,

겨울엔 해가 짧아 어둠이 너무나 빠르게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우리의 이름으로 된 집을 처음 갖게 되었기에

집의 향이 삶에 질을 좌우 한다는 것을 잘 몰랐다. ^^*

 

내 스스로가 위로하길 <우리 집은 노을이 아름다운 서해바다 같아~~!>

그리고는 10년을 넘게 노을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서향집의 노을 덕분에 <노을을 그리는 화가>라는 말도 들었다. ^^*

 

지금은 동향으로 된 집에서 25년째 살고 있다.

서향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거실의 반대쪽에선 여전히

지는 해의 열기로 집의 반쪽은 늘 불덩이를 집안에 들이고 산다. ^^*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데 서쪽 창으로 붉은 노을이 깔리다.

아주 낮게 깔리는 붉은 색이 겨울에 대한 측은지심을 부른다.

 

남들은 남향의 집을 최고의 집이라고들 하지만

나에겐 노을을 힘들이지 않고 볼 수 있는 동서향의 집이 더 좋다.

 

 

< 서족 창으로 보이는 겨울의 해 내림을 담다>